"제2의 창업" - 임상욱 대표가 들려주는 일본 진출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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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JITSU에서 20년 가까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B2B SaaS 기업들의 일본 시장 진출을 돕고 있는 임상욱 대표. Xenon Partners의 아시아 총괄을 거쳐 최근 Nihonium을 창업한 그의 여정에는 한국과 일본 B2B SaaS 시장에 대한 깊은 통찰이 녹아있습니다. 오늘은 임상욱 대표를 만나 B2B SaaS의 일본 진출 전략과 한일 시장의 차이점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녕하세요. B2B SaaS만을 전문으로 인수하는 사모펀드 Xenon Partners에서 아시아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임상욱이라고 합니다. 지금의 사모펀드에서 일하기 전에는 일본계 대표 IT서비스기업인 FUJITSU에서 20년 가까이 근무했습니다. 아무래도 요즘 들어 저처럼 한 기업에서 20년 이상 일한 경력이 흔치 않은데, 말이 한 기업이지 거의 평균 3년에 한번씩 부서나 역할이 바뀌어 롤러코스터 같은 직장생활을 해왔습니다. 이렇게 자주 바뀌었다니 무능해서 시쳇말로 뺑뺑이 돌린 것 같이 보일 수도 있겠네요. 😀

좀더 자세히 설명 드리면, 입사는 한국법인은 한국후지쯔이며, 이후 2009년에 일본 본사로 옮겨, 소프트웨어사업 해외 영업, 동남아와 남미 해외 자회사 관리를 경험하고, 싱가폴로 주재원으로 나가 아시아지역의 재무총괄을 맡기도 하고, 이후 일본으로 다시 돌아와 경영전략실, 보안사업 해외전략담당을 거쳐 그만두기 직전에는 미주지역 전략총괄을 맡았었습니다. 

소속으로서는 위와 같지만, 역할로 따지자면 주로 해외법인에 대한 기획, 전략, 재무를 축으로 했다고 보시면 되고, 구조조정과 M&A경험도 꽤 됩니다. 

일본 대기업에서 이런 경력을 갖는 것은 사실 일본인으로서도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기업이 커지면 보통 한 분야의 전문가를 키우기 마련인데, 저 같은 경우에는 개발 및 영업을 제외한 모든 영역을 섭렵할 수 있었고, 관리를 해온 해외법인들도 작게는 100억원 전후에서부터 크게는 수천억원 규모까지 내부 속속들이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던 FUJITSU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누구는 어떻게 지겹게 한 회사에 20년 있냐고 하겠지만, 거의 항상 새로운 경험이었기에 저에게는 배움의 기회의 산 현장이었습니다. 하지만, GM(통괄부장, 한국으로는 사업부장 또는 본부장 정도일 것 같습니다)까지 올라가 임원후보이기도 했던 FUJITSU를 박차고 나오기에는 큰 결심이 필요했습니다. 저는 이른바 현장(現場;일본어로는 ‘겐바'라고 표현하고 영어로는 field라는 표현을 쓰곤 하죠)을 좋아하는데,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임원들 사이의 사내정치에 민감하게 움직여야 했는데 굉장히 피로감이 컸습니다. 그 와중에 코로나로 인해 많은 분들도 그러하셨겠지만 생활 패턴도 많이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코로나가 한창이던 어느날 오랜만에 차나 한잔 하자고 만난 INSEAD MBA동기인 Jonathan Siegel이 러브콜을 보내왔습니다. Jonathan은 실리콘밸리 출신의 연쇄창업자로 엑시트를 몇 번 한 이후 자신의 펀드 Xenon Partners를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을 좋아하고 일본시장에 대한 아쉬움을 항상 가지고 있던 그였는데, 생각 이상으로 일본시장이라는 것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실감하고 있었죠. Jonathan이 저를 설득한 논리는, 자기가 B2B SaaS기업들을 인수하는데 기업가치를 올리기 위해서 일본시장이 너무 탐난다. 아직 일본의 SaaS에 대한 도입율은 낮고, 코로나로 그 어떤 해외 기업도 일본과 같은 해외진출을 꺼려하고 있어 큰 기회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B2B는 너무 어렵다. 일본 대기업에 있는 너라면 풀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였습니다.

저도 한편으로는 무언가 내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작은 조직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고 싶었고, 더 늦으면 정말 한 직장에서 뼈를 묻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고민 끝에 큰 결심을 하고 오퍼를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벌써 Xenon Partners와 함께 한지 4년 가까이 되어가네요. 한 곳에 오래 머무는 버릇이 있나봐요. 😀


사진설명: 2022년 10월 코로나 직후 Xenon Partners의 매니지먼트 팀들이 서울에 모두 모여 워크샵을 실시했습니다. 그때 외부 액티비티중 찍은 단체사진입니다.



Xenon Partners의 비즈니스 모델과 주로 인수하는 기업들의 특징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저희 Xenon Partners는 철저히 Playbook으로 움직이는 펀드입니다. 다른 사모펀드들도 대부분 운영 우수성(Operational Excellence; 운영의 극한의 효율화라고 하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네요)이 중요하지만, 저희는 여기에 덧붙여 저희의 영업 및 마케팅 레시피를 가미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미 10년 넘게 수십개의 B2B SaaS기업을 인수해서 운영해 보았기에 나름의 정형화된 방법론이 존재하고, 거기에 각 제품에 맞게 리더십팀이 얼마나 잘 튜닝하느냐가 하나의 성공요인입니다. 

또 하나의 성공요인으로서는 실행력(Execution)입니다. 한국SaaS스타트업들을 만나보면 SaaS에 대한 공부는 무지하게 열심히 해요. 심지어 저를 가르치려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분들도 계셨어요. 하지만, 아무리 지식이 많아도 본인이 실행을 할 수 있고, 해본 적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희는 인수한 스타트업의 CEO와 COO(저희 내부에서는 각각 GM, Director of Operations라고 부릅니다)는 인수후 저희 펀드에서 파견을 보내는 식인데, 농담 같이 들리시겠지만, 반 이상이 군인출신입니다. 그만큼 실행력을 중시한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사모펀드 하면 대부분 수천억 규모의 인수라던가 적대적 인수를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희의 타겟은 스타트업이고 적대적 인수도 하지 않습니다. 저희 같은 곳을 미국에서는 Micro PE라고 칭합니다. 인수규모로는 정확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시리즈 A나 B정도 사이즈의 스타트업들로, 실제 무르익은 제품이 있고, 고객층도 어느 정도 형성된 회사들입니다. 하지만, 한 때는 투자도 받고 각광받던 회사들이었지만, 성장동력을 잃고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거나, 창업자들이 너무 지쳐있어 이제 포기하고 다른 것을 하고 싶을 경우에, 지인들의 소개를 통해 매각제안을 저희에게 해오게 됩니다. 

제가 인수팀에 소속된 것은 아니지만, 인수된 기업들의 공통점은, 창업자들이 소위 말하는 PLG(Product-led Growth)의 착각에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제품을 잘만 만들면 불티나게 팔릴거라 생각하는데, 아무리 잘 만들어도 세상 사람들이 알아야지 이용하지 않을까요? 이전 인수한 회사중 창업자가 영업이라던지 마케팅을 굉장히 혐호하는 경우도 종종 봤습니다. (한국에서도 영업을 좀 업신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더군요.) 

또 하나의 공통점은, 무언가 매력포인트가 하나는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을 증명하는 것은 고객입니다. 보통 저희가 인수하는 곳들은 대부분 다른 규모가 큰 경쟁사가 존재하여 시장에서 underdog인 경우가 많은데, 어찌된 이유에서인지 이름을 대면 누구나도 알만한 대형고객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보통 경쟁사가 해결 못하는 가려운 곳을 잘 긁어주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는 인수를 하면 바로 매출액 기준 100개 고객들에게 전부 연락을 하여 피드백미팅을 요청합니다. 고객이 생각하는 제품에 대한 매력이 무엇인지 재확인하고, 거기에 맞춰 ICP(Ideal Customer Profile; 이상적 고객 페르소나)과 제품개발 우선순위을 재조정합니다. 

종종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인수를 안하냐고 물으시는 분이 계신데, 두 국가 모두 아직 SaaS의 역사가 짧아 저희가 인수할만한 상황의 기업은 많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일본에서 인수를 해볼까 하고 내부에서 논의도 해봤지만, 구조조정에서의 법적인 걸림돌도 있고 해서 좀더 스터디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B2B SaaS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겪은 가장 큰 도전과 그를 극복한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질문이 이미 크게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진 않고 여전히 다양한 시행착오와 끊임없는 배움이 있습니다. 제가 어려웠다고 하기 보다 저희 펀드가 초기부터 잘 못했던 부분, 그리고 제가 들어와서 극복시킨 부분을 설명드리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가 Xenon에 조인하기 전에도 몇몇 시도를 해왔던 것 같은데, 정말 딜 사이즈가 큰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어떻게 영업해야 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어요. 대부분 대기업이나 대기업을 상대한 경험이 없이 단지 커뮤니케이션이 편한 영어좀 하는 일본 젊은이들을 채용해 시도는 해본거 같은데, 안건이 들어와도 속수무책이었던 것 같아요. 대기업의 품의나 구매프로세스, 유저와 결정권자의 차이 등등 전혀 알지 못하니 장님이 코끼리 다리를 더듬는 방식의 영업을 해왔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 대기업 영업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보수적인 것으로도 악명높지만, 사실 상대방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이해하면 생각 이상으로 빨리 진행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저희 포트폴리오사 중 몇 곳에 일본 최대 자동차제조사를 고객으로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곳은 제가 첫 데모 실시후 계약 완료까지 채 한달이 안 걸렸어요. 저도 대기업에 있어봤기에 대충 대화를 하다보면 상대방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 또는 과거에 제가 FUJITSU에 내부에서 무엇인가를 구매할 때 했었던 비슷한 요구를 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프로세스에 대한 펀드 매니지먼트팀에 대한 내부설득이 어려웠습니다. 미국SaaS입장에서는 그냥 등록하고 카드결제하고 사가면 되는 것을, 견적서를 쓰고, 확인이 된 후에 청구서 따로 보내고, 카드 결제 안되는 곳은 따로 서류 만들어 해외송금 받아야 하고, 등등 산넘어 산입니다. 게다가 이 절차를 매년 갱신할 때마다 해야해요. 왜 자동갱신이 안되냐고 저에게 되묻습니다. 사실 저희 내부프로세스는 동일하게 자동갱신으로 유지하고 있지만, 제가 일본고객들만 미리 갱신 기간 두세달 전에 컨택해서 슬슬 갱신 준비하셔야죠~ 여기 견적서입니다 라고 하면서 진행해요. 

생각보다 많은 일본진출 기업들이 이런 일본 영업문화와 프로세스를 이해 못하고, 노련한 시니어직원보다는 아무 경험없는 말 잘 들을거라 착각(?)하는 쥬니어직원만을 선호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최근 창업하신 Nihonium의 비전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대단한 비전까지는 없습니다. 함께 Xenon Partners에서 일하던 일본인 친구 두명과 함께 창업을 했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Xenon은 underdog을 인수합니다. 저와 저의 팀의 역할은 인수한 기업중 한국이나 일본에서 성장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제품에 대해, 저희 Playbook에 따라 서비스, SEO/마케팅, 영업/고객지원의 로컬라이징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6개 회사를 일본 및 한국에 진출시켰는데, underdog을 잘 판다는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잘 된 제품도 있고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일본진출을 여러번 시키다보니 자연스레 저희 펀드 창업자인 Jonathan도 다른 해외스타트업들 중 일본시장에 관심있 곳의 창업자들에게 조언좀 해달라고 자꾸 저를 소개시켜 주더라고요. 내심 정말 잘 되고 있는 해외스타트업의 일본진출을 도와주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어, 3명이 의기투합해 회사를 창업했습니다. 즉, 해외 B2B SaaS의 성공체험을 더 많이 해보는 것이 비전이라면 비전이겠네요.

작년 창업했을 때 세명이서 장기적으로는 아시아판 Micro PE를 출범시키자는 얘기를 한 적이 있네요. 한편으로는 벤처스튜디오(Venture Studio)가 이상적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 Micro PE와 Venture Studio의 교차점(intersection)을 향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마도 1~2년 내에 작은 B2B SaaS를 하나 인수하는게 단기목표이겠죠.



한국과 일본의 B2B SaaS 시장의 주요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국도 B2B SaaS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정말 대기업까지 침투한 SaaS제품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위에 언급했듯 일본의 SaaS도입율이 낮기는 하지만, 한국과는 정 반대로 대기업이 SaaS도입율을 견인하고 있다고 피부로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양국의 수많은 창업자뿐만 아니라 대기업 분들과도 고객 또는 지인으로 교류를 하면서 느끼는 뿌리깊은 근원은 SI문화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은 너무나도 개발문화가 강하다보니 왠만한 것은 기성복이 아니라 맞춤복을 원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완성된 SaaS제품이 있음에도 그냥 사람 투입해 개발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한국기업들에게는 강한 것 같습니다.

물론 일본에서도 SI문화가 있지만, 일본이 보기보다 효율화에 대한 욕구가 강해, 시간 걸리는 개발보다 문제해결이 되는 SaaS제품이 있다면 도입검토를 주저없이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해외제품에 대한 탐구심도 일본이 훨씬 높습니다. 일본이 시장규모적으로도 한국보다 큰 것도 사실이지만, Xenon Partners의 포트폴리오사나 Nihonium의 고객들에 대한 시장조사를 해보면, 한국에서는 전혀 인지도가 없는데 비해, 일본에서는 유저가 최소한으로라도 존재하고, 누군가가 이용해보고 리뷰를 올리는 경우도 흔히 봅니다.

지난달에 저희가 인수완료한 Adalo라는 서비스가 있습니다. 노코드로 모바일앱을 작성해 애플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퍼블리시까지 가능한 서비스입니다. 이미 인수하기 전부터 Adalo에게 일본은 두 번째로 큰 시장이었습니다. 사실 이미 일본에는 로컬경쟁사도 몇 있을 정도의 큰 시장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Adalo의 인지도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이런 서비스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편으로 이는 DX(Digital Transformation; 한국에서는 DT 또는 디지털혁신이라고 표현하더군요)를 바라보는 두 나라의 시각차이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하나 꼭 언급해야할 한국과 일본 B2B SaaS의 차이는, 한국은 너무 업무SaaS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일본은 기술SaaS도 많습니다. 설명을 안했지만, 저희 Xenon Partners는 기술계 SaaS를 주로 인수하는데, 대부분의 제품이 한국에 경쟁사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종종 경쟁을 해야하는 상담안건이 발생합니다. 

간혹 일본의 테크시장이 한국보다 뒤쳐져 있다고 착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신데 큰 오산입니다. 단순히 멋진 UI를 가졌다고 일본시장에서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시는 한국스타트업 분들은 고생좀 하실 겁니다.



일본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조언은 무엇인가요?

이제 막 진출 준비하는 스타트업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조언을 두가지 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요즘 일본진출이 붐이다보니 자칭 일본진출 전문가들이 넘쳐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나름 일본시장에서 산전수전 겪고 나름의 실력이 있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너무 듣기 좋은 긍정적인 조언만 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시장 진출은 “제2의 창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했으니까 당연스레 일본에서도 쉽게 성공할리가 없겠죠. 그런 스타트업에게 잘 될 것이라고 조언하는 것보다는 무엇이 안되고 어려운지 쓴소리를 계속 던져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본진출 전문가는 아니지만, 조언 오는 곳들에게 얼마나 힘든 시장이고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만큼 단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거죠. 하지만 대부분 그러면 두번 다시 저에게 찾아오지 않더라고요. 웃음 

또 하나는 제대로 된 일본인 또는 일본어가 완벽한 한국분을 채용하시라는 것입니다. 창업자가 몇 달 열심히 배운 일본어로 떠듬떠듬 피칭을 하고 제품소개를 하는 것을 보면, 그 순간이야 기특해 보일지언정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우리는 지금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일본에 와있는데, 비즈니스 미팅에서 잘 되지도 않는 언어로 대화가 가능할까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입니다. 게다가 언어 장벽 때문에 가능하면 한국인을 채용하려하고, 본인이 일본어가 안되니 채용한 사람이 일본어가 제대로 가능한지 체크도 안됩니다. 제가 몇몇 스타트업을 일본 대기업에 연결시켜줬을 때, 일본에서 현지채용한 분이 통역을 하거나 메일을 보낼 때 낯뜨거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래서 이제는 정말 제품이 미치도록 뛰어나지 않다면 잘 소개시켜주지 않습니다. 

한번은 일본에 진출한 한 창업자가 자기 직원의 일본어 실력이 어떠냐고 저한테 넌지시 묻더군요. 저도 나이들어 일본어를 배운 입장에서 남을 평가할 수준은 아니지만, 몇몇 미팅에서 본 그 직원의 일본어 실력으로 보건데, 절대 고객이나 파트너 미팅에 데리고 나가지 말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냥 캐쥬얼한 대화를 일본인과 몇번 하는 것을 보고 일본어가 된다고 생각하면 절대 안됩니다. 저도 채용이 어려워 일본에서 10년 이상 산 일본어가 가능한 미국인이나 유럽인을 채용해 영업으로 활용해 보았지만, 역시 B2B영업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제가 강조하는 로컬라이징과 SEO도 마찬가지입니다. Nihonium을 창업한 이유도 단순한 진출조언을 해주는 것이 아닌 언어와 제품을 완벽한 이해한 상태에서의 로컬라이징과 SEO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니즈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로컬라이징과 SEO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셨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나 사례를 공유해 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 로컬라이징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좀 오래되긴 했지만 미국 CSA리서치에 따르면 유사한 제품이 제시되었을 때 응답자(29개국 8,709명)중 76%가 모국어로 된 제품을 구매할 의사가 더 높음을 나타냈습니다. 이 수치가 일본만을 봤을 때 무려 90%까지 뛰어 오릅니다. 여러분들도 외국 서비스의 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어색한 한글번역으로 얼굴을 찌푸린 적 많으실 겁니다. 

SaaS에서의 컨텐츠 로컬라이징에 대해서는 크게 4부분으로 나뉩니다. 제품, 기술문서/매뉴얼, 마케팅 페이지, 블로그입니다. 일본진출을 전제로 우선순위를 따지자면, 마케팅페이지와 블로그가 최우선입니다. SEO에 대해 따로 추가 설명을 드리겠지만, SEO로 방문자를 일정수준까지 끌어올리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우선 제품에 대한 소개 및 사람을 끌어모으는 블로그 운영을 시작하면서, 그 다음에 제품과 기술문서/매뉴얼을 로컬라이징합니다. 물론 이미 일본에 유저층이 많다면 순서가 뒤바뀔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점은 기술제품의 경우는 제품 로컬라이징을 안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유저들이 개발자라던가 업계 전문가라면 억지로 어색한 일본어로 번역표기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래 이미지를 보시면 이해가 편하실 것 같습니다.




로컬라이징은 단순히 SEO를 하기 위한 토대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SEO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낮고 키워드에 대한 구글광고를 집행하는 것을 SEO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B2C에서는 물론 광고전쟁이 어느정도 필수이지만, B2B에서는 광고를 최소화하고 순수히 키워드에 대한 검색결과로 방문자수를 늘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일본진출이라는 관점에서 SEO를 설명해 보겠습니다. 처음 일본에 진출했는데, 열심히 스타트업 행사나 전시회 나가고, 링크드인과 같은 매체를 통해서 콜드이메일이나 전화를 해본다고 얼마나 인지도가 올라갈까요? 아마 영업직원 수십명 채용해서 방문영업을 한다면 1년정도 분발해서 인지도를 약간 올릴 수도 있겠죠. 이런 어려움을 이해하기에 혹자들은 파트너를 찾아다닙니다. 하지만 일본의 파트너들도 SEO를 잘 이해 못하고, 기존에 캐쉬카우 제품이 있는데, 영업사원들이 처음 들어보는 제품을 팔아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기껏해야 기존고객에게 뉴스레터 한번 보내주고 끝입니다. 

인지도는 스스로 올려야죠. 여기에서 굉장히 유용한 방법이 SEO입니다. 진출하는 모든 스타트업들이 분명 일본시장에서 특정 페인포인트가 존재하고 그것을 해결할 자신이 있다고 생각해서 진출을 결심했을 것입니다. SEO는 이런 페인포인트에 대한 설명과 해결방법을 블로그컨텐츠로 풀이해, 이런 고민을 가진 잠재고객들로 하여금 스스로 검색을 통해 자사 마케팅페이지에 방문하도록 하는 전략입니다. 

아래는 제가 조언을 통해 제로에서 어느정도까지 홈페이지 방문객을 늘린 대표적 사례입니다. B2B제품에 따라 하루 수천명의 방문자까지 만들 수는 있겠지만, 앞에서 언급한 전시회나 방문영업으로는 이룰 수 없는 하루 수백명의 모객이 된다고 생각해보세요. 여기서 기술적인 방법론까지 설명까지는 생략하겠지만, 분명한 페인포인트가 존재한다면 잠재고객들은 찾아오게 되어있고, 제품문의나 트라이얼 등록을 하게 됩니다. 



단 이런 결과를 만드는데 까지는 여러가지 기술적 이해 및 컨텐츠생산에 대한 리소스 투입이 필요하며, 시간도 짧아도 6개월 이상 걸리기에 속도를 중시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아무리 설명해도 당장 눈에 보이는 행사나 전시회, 또는 파트너십에 집중하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SEO는 6개월 이상 걸리기 때문에 늦추면 그 6개월도 더 뒤로 미루어질 뿐입니다. 위에서 Xenon Partners의 비즈니스 모델에서도 언급했지만, 그래서 실행력(Execution)이 중요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오디오방 고정 질문입니다. 대표님의 개인적인 꿈과 비전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스타트업 업계에서 실리콘밸리의 Pay it forward라는 문화를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이 ODO방의 방장이신 존경하는 오치영대표님도 Pay it forward를 몸소 실천하고 계시죠. 저는 아직 누구를 도울만큼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를 Xenon Partners로 영입해준 오래된 친구인 Jonathan이 저에게 오퍼를 할 때 했던 말은, 실리콘밸리 출신 답게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다 잘 되었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사실 Xenon Partners도 단순히 수익창출이 아닌 성장이 둔화되어 어려움을 겪고있는 창업자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고자 함이 그 바탕에 있습니다. 저도 그래서인지 스스로도 Pay it forward를 꾸준히 실행하려고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변에서 왜 돈도 안받고 여기저기 도움을 주냐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저는 돈보다도 제가 얘기한 조언들이 결실이 맺어져 내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Pay it forward로 인해 성공하는 스타트업들이 많아지는 것이 꿈이자 비전일 것 같습니다. 


임상욱 대표는 일본 시장 진출을 "제2의 창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만큼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특히 로컬라이징과 SEO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실행해 나가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고 조언했습니다. 그의 경험과 통찰이 한국 B2B SaaS 기업들의 성공적인 일본 진출에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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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Oh Dream Officer
ocy@ji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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