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받지 않고 10억달러 회사로 성장...조호(Zoho)가 보여주는 '느림의 미학'

인도 B2B SaaS 업체 조호(Zoho)에 대해 많은 이들이 이름은 아는데, 사업 관련해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지 싶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꽤 오래된 회사 정도로만 알고 있지, 구체적으로 시장에서 어느 정도 존재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모르는 부분이 많다. 글로벌 미디어들에서도 조호라는 이름은 자주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최근 테크크런치 기사를 보고 조호라는 회사에 대해 좀 들여다 봤는데, 흥미로운 요소들을 꽤 가진 회사 같다. 구글 검색을 보니 조호는 1996년에 설립됐고 다른 테크 스타트업들과는 달리 지금까지 외부 투자를 많이 받지 않고 자력으로 성장해왔다.

비상장 회사라 구체적인 숫자를 공개한 건 아니지만 테크크런치 기사를 보면 지난해 조호 매출은 10억달러를 넘었다고 한다. 무료와 유료 제품을 버무린 프리미엄(freemium) 모델에 기반한 수십여 개 제품을 제공하고 있고, 전세계에 걸쳐 1만명이 넘는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조호 웹사이트 갈무리]


차근차근 전략으로 50개 넘는 제품 포트폴리오 구축

조호의 성장 코스는 단계 별로 투자를 받은 뒤 상장하거나 좋은 가격에 매각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스타일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조금씩 제품을 늘려가면서 직접 돈을 벌어서 몸집을 키운 자수성가형에 가깝다.

조호가 제공하는 제품들 수는 50개 이상이다. 오피스 스위트부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재무, 세일즈, 마케팅, 고객 서비스에 이르는 다양한 B2B SaaS들을 보유하고 있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는 한꺼번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제품군을 하나씩 차근차근 늘려온 결과물이다.

조호는 2005년 문서 도구인 조호 라이터(Zoho Writer)를 내놓은 이후 제품군을 조금씩 확장하는 전략을 펼쳤다. 어떻게 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방향을 이렇게 잡고 제품군을 늘려왔다.

이같은 제품 전략은 조호 성공을 이끈 비결 중 하나로 통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선 조호는 쓰기 쉽고 우수한  여러 SaaS 기능들을 통합된 방식으로, 그것도 저렴하게 제공한다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외부 투자자들 입김에 내부 문화가 영향을 받는 일이 없이 느리지만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는 얘기다.

이례적인 성장 전략을 앞세워 조호는 나름 규모의 경제를 확보했다. 전세계에 걸쳐 8000만명 이상, 60만개 이상 기업들이 조호 서비스들을 유료로 쓰고 있다. 거액의 투자를 유치하며 미디어들에 자주 노출되는 유명 B2B SaaS 회사들과 비교하면 실속이 매우 좋다고 할 수 있다.

[유력 회사들도 조호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진: 조호 웹사이트 갈무리]


SMB 기반으로 엔터프라이즈까지 넘본다

조호가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은 중소기업(SMB) 시장 공략이 제대로 먹혔 들었기 때문이다. 조호는 시작부터 SMB 시장에 집중했고 지금도 SMB는 조호 매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조호가 SMB 시장에만 의존하는 건 아니다. 테크크런치 보도를 보면 몇 년 전부터 조호는 미드 마켓과 엔터프라이즈 시장으로의 확장을 본격화했고 전체 매출에서 25~30% 가량을 이 시장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유료와 무료를 적절하게 결합한 가격 전략도 조호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조호는 중소 기업들을 파고들기 위해  일정 수준까지는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무료로 쓰던 회사들은 직원 수가 무료 범위를 벗어나는 규모로 늘거나 보다 진화된 기능을 필요할 때 유료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사용자들은 조호가 다양한 제품들을 한꺼 번에 쓸 수 있는 구독 상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재무, HR 등 업무 별로 특화된 제품들만 골라 쓰는 것도 가능하다.

구경꾼 입장에서 조호는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세일즈포스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버티고 있는 영역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상투적인 잣대를 이런 회사들과 일대일로 붙어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조호는 지금까지는 이 같은 잣대를 비웃듯 안정적으로 성장해왔다.  

경기 침체 속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이 간판 SaaS 제품들 구독 가격을 인상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적어도 비용에 민감한 중소 기업들 사이에서 조호가 갖는 존재감은 더욱 커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당분간 조호의 성장세는 계속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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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y Sasqu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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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Oh Dream Officer
ocy@ji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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