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반드시 재미가 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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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전 한 젊은 직장인이 말한다. "일이 재미가 없을때가 많습니다. 옛 문헌에도 즐기는자를 이길수 없다고 하는데요. 재미가 있어야 제가 잘하게 되고 잘해야 더 보람을 느낄수 있는게 아닌가요?"


2. 얼마전, 골프를 좋아하는 지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난 골프가 너무 즐거워요. 내 꿈은 골프장에서 골프치다가 죽는겁니다" 물론, 골프에 돈만 쓰는 아마츄어다. 


3. 반면, 예전 현역시절 박세리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그녀는 골프가 즐겁지 않다고 했다. " 하루에 1천번의 스윙과 훈련, 식이요법,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25년간 골프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은퇴 후 이런 말을 했다. "골프가 지긋지긋해요. 은퇴 후 골프 안쳐요"  그녀는 얼마전 TV에 나와 지난 5년간 10번도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도 즐길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4. 지난번 김연아가 유퀴즈에 나왔기에 보았더니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요즘 운동을 거의 안한단다. 현역시절 운동이 너무 지겹고 힘들었단다. 그녀는 현역시절 "무슨 생각을 하며 연습해?"라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거지"라고 답변해서 어록이 되었다.


5. 황영조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마라톤을 할때마다 옆에 차가 지나갈때 그 차에 뛰어들어 죽는게 덜 고통스럽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승리의 기쁨도 있었지만 고통의 과정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6. 일이 즐거울때도 많지만 즐겁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소수의 에너지가 넘치고 잘나가는 분들은 이해하지 못할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게는, 일이라는 것이 매일 다이나믹한 성취감을 가져다 주는 것도 매일매일 성장을 쑥쑥 맛보게 해주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유사하고 지루한 일을 반복한다. 새로운 도전에는 진보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가끔 실수도 하고 상사에게 욕도 먹고 고객에게 치이기도 한다. 악성고객을 만나고 나면 왜 이렇게 살아야하나라는 생각도 든다. 인정받지 못하고 비슷하게 나가던 동료나 후배가 더 승진하면 좌절하기도 한다. 주위에선 다들 코인,주식, 부동산으로  인생역전하는 것 같은데 자신만 바보된 느낌이다. 창업자는 하루하루 매출, 월급 줄것, 직원들 문제 등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한다. 가끔씩 때려치고 싶다는 생각이 안든다면 그게 특이한 것이다. 


7. 그러므로 즐거울 때도 있지만 많은 시간은  책임감으로도 일하고 의무감으로도 일한다. 때로 막연한 희망으로도 일한다. 자신만의 목적이 있어 그것으로 일하기도 한다.


8. 즐거움만으로 무언가를 한다면 그건 위에서 골프치다 죽고싶다고 말한 분과 같이 "취미"임에 분명하다. 취미는 그것으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책임감도 의무감도 없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9. 그러나 무언가로 먹고 살 정도, 즉 프로로 산다는 것, 더 나아가 최고가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슬슬 즐기면서 최고가 될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은 결과나 가끔의 과정을 즐길수 있겠지만 나쁜 결과나 힘든 과정은 즐길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행히,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 있었더라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과거의 과정이 미화된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10. 즐거운것과 잘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크록하댄스를 즐겁게 한다. 영화를 즐겁게 본다. 그러나 그것으로 먹고살만큼 재능도 없고 혹독한 훈련을 거치고 싶지도 않다. 그냥 돈 쓰면서 하고싶을때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 것이다. 반면, 내가 잘해서 프로로 먹고 사는 영역은 즐겁지만은 않다. 물론, 겉으로는 화려해보인다. 그러나 편하지 않은 사람들도 웃는 얼굴로 만나야하고 이해관계자들의 눈치도 봐야하고 주위 사람들도 신경써야하고 매번 숫자와  결과에 일희일비도 한다. 책임도 져야하므로 임원이 된 이후로는 매년 올해가 마지막일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낸다. 


11. 그러므로 일이 꼭 즐거워야하는 것은 아니다.  또 즐거워야 잘 할수 있게 된다는 것 또한 진실이라 하기 어렵다. '일의격' 에서도 인용했지만 "목표는 멋지지만 목표로 가는길에는 똥덩어리가 가득하다. 지루한 길이다.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가 아니라 '그 과정의 어떤 고통을 견딜수 있는가? 이다"


12. 그저 즐거움만을 원한다면 그것은 취미로 간직하는 편이 낫다. 그것으로 프로나 최고가 되기 어렵다. 최고가 되는 사람은 그 지루함과 똥덩어리에 굴하지 않고 때로 의무감으로, 때로 책임감으로, 때로 막연한 희망으로, 때로 소소한 보람과 성취감으로, 때로 작은 성장의 뿌듯함으로, 때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미션과 뜻으로 매일매일 의도적인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무소의 뿔처럼 전진하는 사람들이다.


p.s. 기쁨, 즐거움, 뜨거움 뿐 아니라 슬픔도, 고통도, 지루함도, 괴로움도 무엇이 좋고 무엇이 나쁜것이 아니다. 모든 것이 우리의 삶을 이루는 멋진 경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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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치영
Oh Dream Officer
ocy@ji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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